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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 고전 영화] 팀 버튼의 <가위손(Edward Scissorhands, 1990)>: 동화적 상상력과 현실적 아픔이 만나는 스토리텔링 명작

by apicky 2025. 9. 1.

여전히 폭염이 지속되는 요즘입니다. 이럴수록 시원한 영화가 떠오르기도 하는데요.

겨울 배경의 가슴 아리는 동화같은 영화 한편을 리뷰해볼까 합니다. 워낙 유명한 감독 '팀 버튼'의 초기 대표작 중에 하나인 <가위손>은 영화를 보지 않아도 그 캐릭터 만큼은 모르는 이가 없을만큼 알려진 작품이지요.  크리스마스는 멀지만 마음만큼은 겨울을 성큼 앞당기며 <가위손> 을 속속들이 시원하고 상쾌하게 분석해 보도록 하죠!

가위손 한국포스터 ⓒ 20th Century Fox / 출처: 네이버 영화

팀 버튼의  <가위손> : 동화적 상상력과 현실적 아픔이 만나는 스토리텔링 명작

  1. 시작 - 영화 소개와 글의 방향
  2. 팀 버튼의 연출 미학: 동화와 현실의 색채 대비
  3. 캐릭터 아크와 서사 구조
  4. 상징과 메타포로 읽는 사회적 메시지
  5. 시각적 스토리텔링의 완성: 첫눈과 눈물
  6. 영화 결말: 에드워드는 어떻게 되었을까?
  7. OST 분석: 대니 엘프만의 음악
  8. 현재적 의미와 재해석
  9. 결론 – 작품적 가치와 추천 이유

1. 영화 소개와 글의 방향

1990년 개봉한 팀 버튼 감독의 <가위손(Edward Scissorhands)>은 단순한 고전 영화라고 지나치기에는 아쉬움이 많습니다. 33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회자되며, 조니 뎁과 위노나 라이더의 전성기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남아 있으니까요.
어린 시절 처음 접했을 때는 주인공의 외모가 섬뜩하게 다가오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순수함과 애틋한 사랑이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이야기적 재미와 함께 감독 특유의 연출적 완성도와 의미 또한 곱씹어볼 가치가 있는 영화인데요.  스토리텔링면에서도 꼼꼼히 분석하는 한편, 영화를 즐겁게 본 한 명의 관객으로서도 공감할만한 감상와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그럼 같이 꼼꼼히 살펴보실까요?


2. 팀 버튼의 연출 미학: 동화와 현실의 색채 대비

팀 버튼은 미장센(mise-en-scène)을 활용해 독창적인 세계를 만듭니다.
마을의 파스텔톤 주택은 1950년대 미국 교외의 이상향을, 에드워드의 고딕풍 성은 고독과 이질감을 상징합니다. 이 대조적 공간은 ‘정상과 비정상’, ‘내부자와 외부자’라는 경계를 시각적으로 드러내고 있죠.

미학적으로 대비되는 마을과 성 ⓒ 20th Century Fox / 출처: 네이버 영화

또한 다크 판타지적 미학 속에서 기괴함과 따뜻함을 공존시킵니다.
가위손은 위협적이지만 동시에 아름다운 조각과 헤어스타일을 창조하는 도구가 됩니다. 이는 외모로만 판단하는 사회적 편견을 비판하는 장치이기도 하지요.

 


3. 캐릭터 아크와 서사 구조

영화는 전통적 3막 구조를 따릅니다.
에드워드의 등장과 호기심(1막) → 사랑과 인기(2막) → 오해와 비극적 결말(3막).
그러나 특이하게도 에드워드는 크게 변하지 않습니다. 대신 사회가 변해야 함을 드러내는 역전된 성장담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더욱이 킴의 변화는 더욱 극적입니다.
두려움에서 이해로, 그리고 사랑으로 나아가는 그녀의 아크(성격변화)는 편견을 극복하는 서사의 핵심입니다. 특히 후반부의  “안아줘(Hold me)” – “할 수 없어(I can’t)” 장면은 사랑과 슬픔이 동시에 폭발하는 명대사로 남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후에 멀어진 에드워드가 창가에 서자, 다가가서 에드워드의 한쪽 팔을 들어 그안에 들어가서 안기는 장면이 더 좋았어요. 

 

하지만 킴은 지금에서 보기에는 답답한 캐릭터적인 면도 있습니다. 처음부터 친절한 펙이나 어른이었던 빌과 아이같은 면을 고수한 케빈, 킴의 남친에서 차이면서까지 악역으로 남는 짐 등 처음과 달라지지 않은 캐릭터 들과는 달리, 킴은 에드워드의 감정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감정도 성장하지만,  이야기 내에서 실제 사건의 해결에서 도움되는 점이 없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특히 답답했던 점이 에드워드가 핍박과 사회적 굴레를 결국 벗어나지 못하고 도망쳐서 새드엔딩으로 끝나고 마는 부분인데요.  젊은 남자들을 노리는 주부 조이스가 에드워드를 꼬셔보려다 실패해서 도리어 자길 겁탈하려 했다는 누명을 씌운 사건, 짐이 더 비싸고 좋은 차로 바꾸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아버지의 금고를 털려는데 열쇠대신 가위손인 에드워드를 데려갔다가 경보음이 울리자, 에드워드를 버려두고 가서 범죄자로 좋은 평판은 완전히 뒤집어 놓은 사건, 심지어 킴이 에드워드에 대한 호감이 생긴 이후, 짐과 함께 음주운전으로 킴네 집으로 운전하던 친구가 마침 귀가하던 킴의 동생 케빈을 치여버린 건데도 도리어 에드워드가 누명을 뒤집어쓰고 경찰에게 쫒기기까지 하는 사건 등.

이 모든 갑갑한 서사는 해결보다는 로맨스의 애틋함으로 정리되어버립니다. 그마저도 해피엔딩이 아니지요. 하지만 에드워드가 킴의 도움으로 생명을 건졌다는 점,  나이든 킴이 그때의 얘길 손녀에게 해주며 사실은 후회하고 있을 거라는 점이 조금은 위로가 되었을지도 모르겠군요. 

 

에드워드는 안아주는 킴과 그럴 수 없는 가위손 ⓒ 20th Century Fox / 출처: 네이버 영화

 


4. 상징과 메타포로 읽는 사회적 메시지

가위손의 의미

에드워드의 가위손은 불완전함사회적 타자성을 상징합니다. 그는 본래 선한 존재이지만, 결핍과 차이 때문에 배척당합니다. 이는 현실 속 장애인, 이민자, 소수자들이 겪는 편견을 은유적으로 보여줍니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 부분이 매우 슬펐는데요. 에드워드에게 제대로된 손을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발명가 할아버지가 보여줍니다. 서로 기쁨의 감정을 누리던 그 순간, 할아버지가 심장마비로 죽어버리지요. 할아버지의 클로즈업된 눈이 커지고, 표정이 굳어가고, 쓰러지는 그 틈에 에드워드가 그를 잡으려 손을 뻗었지만 가위손을 할아버지가 내민 선물, 즉 양 손을 가위로 갈갈이 해체버리고 맙니다. 쓰러진 할아버지를 보며 에드워드가 걱정과 슬픔에 손을 뻗어봐도 할아버지의 얼굴에는 상처가 나고, 자신의 가위손에는 피가 묻을 뿐이고요. 저는 그 장면이 가장 가위손이 가진 슬픔과 비극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고 생각이 듭니다.

주민들의 군중심리

마을 주민들의 태도 변화는 군중심리를 반영합니다. 처음엔 호기심으로 다가왔다가, 작은 오해 하나로 집단적 적대감으로 변하지요. 오늘날 SNS에서 벌어지는 ‘온라인 집단 린치’와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기도 합니다. 특히 조이스가 자신의 행위를 도리어 에드워드에게 누명을 씌우고, 심지어 죽었는지 확인까지 해야겠다며 성안으로 쫒아들어가고, 그 선동에 주민들이 다같이 쳐들어가는 장면은 군중심리의 끔찍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줬습니다.

그 와중에도 도망쳐라고 하며 허공으로 총을 쏘며, 시간을 벌어주고 사건을 덮어준 경찰의 따뜻한 마음이 영화에서 사라지지 않은 인간성을 보여준 것 같아요.


5. 시각적 스토리텔링의 완성: 첫눈과 눈물

팀 버튼은 이미지로 감정을 전달합니다.

시작부터 대비되는 마을과 성의 풍경, 보라색 정장에 모자까지 깔맞춤을 하고 방문판매일을 하는 펙 보그스와 그녀의 노란차를 비롯 마을 사람들은 옷과 차도 집처럼 화려한 파스텔돈으로 잘 꾸며놓았어요. 이는 마을 사람들의 표면적 행복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그에 반해 창백한 얼굴과 검은 가죽 의상은 에드워드의 고립된 상황과 외로움을 표현합니다. 배경 뿐만 아니라 캐릭터의 의상과 메이크업으로도 그 내면을 잘 드러냈습니다. 

재미난 장면은 에드워드가 공룡, 가족 사진등 각양각색의 모양으로 정원수를 다듬던 장면, 강아지의 스타일과 사람의 헤어스타일가지 멋지게 완성해내는 장면등이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했습니다.

그 중 백미는 에드워드가 얼음을 조각할 때 흩날리는 눈송이 속에서 킴이 춤추는 장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예술, 사랑, 순수의 순간을 시각적으로 완벽하게 표현한 명장면입니다. 

눈 속에서 춤을 추는 킴 보그스 ⓒ 20th Century Fox / 출처: 네이버 영화

 


6. 영화 결말: 에드워드는 어떻게 되었을까?

영화의 시작은 어느 마을, 눈오는 겨울밤, 손녀가 '눈은 어디에서 와요?'라는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할머니는 손녀의 잠자리를 봐주며 이야기를 시작하죠. 가위손의 긴 이야기 끝에서 에드워드는 다시 성으로 돌아가 홀로 살아갑니다. 킴은 그를 지켜주기 위해 거짓을 말하며, 그가 죽었다고 주민들에게 알리죠. 

이야기 속 킴이 바로 손녀의 할머니 였습니다. 할머니는 에드워드가 마을에 오기전에는 눈이 온적이 없었지만, 이후에는 눈이 해마다 내린다고 말합니다. 결국 그는 세상에 받아들여지지 못했지만, ‘첫 눈’이라는 신비로운 흔적으로 여전히 그녀 곁에 존재하고 있지요.  이 열린 결말은 관객에게 긴 여운을 남겼습니다.

 


7. OST 분석: 대니 엘프만의 음악

대니 엘프만의 음악은 <가위손>의 감정선을 완성합니다. 몽환적이면서도 애절한 선율은 에드워드의 순수함과 고독을 더욱 선명하게 합니다. 특히 ‘Ice Dance’ OST는 영화사의 명곡으로 꼽히며, 눈 내리는 장면과 완벽히 어우러져 관객의 마음을 울립니다.

 

오프닝에서 부터 가위손의 움직임, 감정선의 변화 틈틈이 영화 전반적으로 저는 슬픈 동화를 연주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어요. 이미지와 이야기에 어울러지는 사운드 또한 영화의 완성도를 한층 더 끌어올렸습니다.


8. 현재적 의미와 재해석

이번 리뷰를 쓰면서 영화를 다시 한번 보았는데요. 여전히 팀버튼 감독특유의 개성과 이야기, 재밌고 매력적인 요소가 많은 훌륭한 작품이었습니다. 특히 가위손 캐릭터가 순수하고 귀여웠고, 보그스네 가족이나 다양한 주민들의 모습도 재밌었어요. 지금 보기에는 분명히  고구마를 먹다가 목막힐 부분이 있습니다. 서사 구조를 얘기할 때 한번 언급을 했는데요, 현대의 사이다식 해결을 선호하는 기조에는 그닥 맞지 않는 흐름도 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전 명작 영화로 남은 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습니다. 제목 그대로 가위손의 캐릭터가 자금의 우리에게까지 많은 의미를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현재까지도 <가위손>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첫눈 영화’로 회자됩니다. 다양성과 포용성이 중요한 사회에서, 이 작품은 “다름을 받아들인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일깨워주었습니다.

또한 온라인 군중심리와 마을 주민들의 태도는 지금봐도 놀랍도록 유사하지 않습니까? 이러한 시대를 초월한 통찰력 때문에 <가위손>은 단순히 향수 어린 고전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에도 의미 있는 영화로 평가받습니다.

펙 보그스의 헤어를 자르는 에드워드 ⓒ 20th Century Fox / 출처: 네이버 영화

 

보그스네 마당에서 처음 만든 공룡 정원수 ⓒ 20th Century Fox / 출처: 네이버 영화


9. 결론 – 작품적 가치와 추천 이유

<가위손>은 단순한 판타지 로맨스가 아니라, 인간 존재와 사회적 편견을 깊이 성찰하는 영화입니다. 팀 버튼의 독창적 미학, 조니 뎁과 위노나 라이더의 명연기, 대니 엘프만의 음악이 어우러져 시대를 초월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 다름과 포용에 대한 보편적 메시지
  • 탄탄한 서사와 상징적 깊이
  • 팀 버튼 특유의 시각적 아름다움
  • 90년대 감성과 현재적 의미의 조화

특히 겨울, 첫눈이 내리는 밤에 감상한다면 그 여운은 배가 될 것입니다.

<가위손> 은 여전히 우리에게 묻고 있어요. 진정한 아름다움은 무엇인가? 우리는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사유가, 이 영화가 남긴 가장 큰 선물입니다.